[김태진 변호사의 영업비밀 5편] 업무상배임죄와 공동보유 관계 완전 분석 – 퇴직자 기술 유출과 경쟁업체 공범 대응 전략
목차

1. 업무상배임죄와의 관계
영업비밀 침해와 업무상배임죄 활용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의 형벌 구성요건이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어, 보다 효과적인 형사처벌을 위해 실무에서는 형법상 재산범죄인 업무상배임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기술정보가 비공지성,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모두 갖추어야 영업비밀로 보호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여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 정보가 비공지성과 유용성을 갖추고 있고, 사업상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영업비밀보호법에서 영업비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사업상 중요한 자산’이라는 개념을 통해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업무상배임죄의 기본 법리
업무상배임죄의 본질은 신의성실의 의무 위반 또는 신뢰관계의 침해라고 보는 것이 우리나라 통설과 판례의 입장입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 주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
-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실행
- ‘재산상의 손해와 이익의 취득’이 발생
다만, 배신설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구성요건이 무제한 확장될 위험이 있으므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퇴직한 직원이 업무상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지위에 있었는지는 퇴사 시기, 동기, 문서 유출 경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영업비밀 유출과 업무상배임죄 성립
기업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알고 있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이미 해당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자가 해당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관련 조항 소정의 영업비밀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사업상 중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삭제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적법하게 반출한 경우라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이라는 배임적 목적이 있어야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이 배임적 목적은 주관적인 것이라 확인이 쉽지 않으며, 나중에 실제로 유출하거나 이용하는 등 객관적인 행위를 보고 부정한 목적을 역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상 중요한 자산’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했으며, 그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자산을 의미합니다. 사업상 중요한 자산은 영업비밀과 유사하게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성을 요구하지만, 비밀관리성이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경쟁업체의 공범 성립
경쟁업체가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그 직원이 이전 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에는 채용한 회사에 어떠한 범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이전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하여 자기 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경쟁업체도 채용한 직원의 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아 업무상배임죄 등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죄는 이중적 신분범이므로, 신분관계가 없는 경쟁업체가 그러한 신분관계가 있는 자와 공모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저질렀다면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단순배임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회사 직원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예: 퇴사 후 영업비밀 사용 행위)에 가담한 경쟁업체는 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 있으며,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은 아니더라도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영업비밀보호법 개정과 업무상배임죄
과거 판례가 ‘비밀관리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영업비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했고,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밀관리성 요건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최근 영업비밀 보호 강화를 위한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으로 인해 영업비밀로 인정될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업무상배임죄를 제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는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업무상배임죄로 의율할 때 발생하는 여러 법리적 문제점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체계적 문제
부정경쟁방지법은 처음 제정 의도와 달리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부분이 추가되면서 부정경쟁방지와 영업비밀 보호 체계 사이에 부조화가 존재합니다. 특히 민사책임 부분과 벌칙 규정의 형사책임 부분 간 불균형 문제가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민사), 벌칙 규정에서는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제3자 누설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민사상 침해 행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벌 규정의 해석에 따라서는 민사책임 대상보다 더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불균형을 낳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2. 영업비밀 공동보유 관계
공동보유자의 인정 요건
복수의 주체가 공동연구를 통해 생산, 개발한 영업비밀에 대해 별도의 약정으로 그 귀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영업비밀은 이를 생산, 개발하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연구개발 주체에 공동으로 귀속된다고 관련 판결들은 보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21다289399 판결, 대법원 2023도405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9. 9. 선고 2020나2038172 판결 등에서 이러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실질적 기여’는 원천기술 및 제작기술 제공, 세부사양 제시, 설계작업, 도면작성, 성능시험, 보완점 제시, 기타 경험 및 노하우 제공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적 기여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됩니다. 개발비용의 부담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공동발명의 경우와 유사한 기준입니다.
공동보유 관계의 법적 성질
관련 판결들은 영업비밀 공동보유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공동소유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규율하며, 그 법적 성격은 민법상 (준)공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허법과 달리 부정경쟁방지법에는 공동보유 및 그 법적 성격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대법원 2021다289399 판결에서 대법원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 영업비밀은 실질적 기여자에게 공동귀속되며, 공동보유자 사이에는 민법상 공유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공동보유자의 자기사용권
공동보유자 중 한 명이 단독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경우 다른 공동보유자의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학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 동의가 필요하다는 ‘동의필요설’
- 동의가 필요 없다는 ‘동의불요설'(또는 무제한설)
-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가 필요 없다는 ‘절충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주로 ‘절충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1. 9. 9. 선고 2020나2038172 판결과 동일 날짜의 2020나2016653, 2038875 판결은 영업비밀 공동보유자 1인은 공동보유 중인 영업비밀의 영업비밀성을 상실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그 전부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3도4058 판결의 원심인 수원고등법원 판결도 비밀성 상실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공동보유자의 자기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절충설’에 따르면, 공동보유자가 자신이 기술정보를 실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아 기술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는 경우,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여 비밀성을 유지한다면 제3자 제공도 자기사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1. 9. 9. 선고 2020나2038172 판결에서는 “공동보유자가 직접 기술정보를 실시하는 경우뿐 아니라, 기술정보를 실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아 제3자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여 영업비밀성을 유지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분업화 및 전문화가 일반적인 현재 산업구조 하에서는 하청제작, 납품방식이 흔하므로, 순수한 자기사용의 경우만 정당한 자기사용으로 보는 견해는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한편,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6다8503 판결에서는 “어떤 회사의 종업원들이 공동창작한 기술정보가 그 회사의 영업비밀로 관리된다면, 설사 공동창작자 중 한 명이어도 이러한 기술정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가 이러한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경우에는 그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법무법인 케이앤피는 최근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영업비밀 귀속과 사용에 대하여 두 기업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에 따른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두 기업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법적 전략을 성공적으로 제공한 바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취지와 균형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영업비밀 공동보유자의 자기사용 범위를 판단할 때,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등을 가지는 영업비밀의 본질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특허권 등과 같이 영업비밀 공동보유자 1인의 자유사용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3다224303 판결(고속열차 기술정보 사건)에서는 “영업비밀 공동보유자는 그들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등으로 영업비밀성을 상실하게 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공동보유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그들이 공동으로 보유하는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3. 결론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업무상배임죄의 적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실무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퇴사 후 미반환/미삭제 행위와 경쟁업체의 공범 가능성이 문제됩니다.
영업비밀 공동보유 관계는 민법상 공유를 준용하되, 공동보유자의 자기사용 범위는 영업비밀성을 상실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절충설’이 유력한 해석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목적과 기술정보의 활용 현실을 고려한 균형적인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하청이나 제3자 제공이 일반화된 현대 산업환경에 적합한 해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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